후밀리타스 - 존 딕슨 [출판사:포이에마]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갈수록 멀어지는 미덕, 겸손을 회복하라!
역사 속 탁월한 인물들에게 배우는 오래가는 리더십의 핵심!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갈수록 멀어지는 미덕, 겸손을 회복하라!
역사 속 탁월한 인물들에게 배우는 오래가는 리더십의 핵심!
리더에게 겸손이 왜 필요한가?
최근 들어 고위층 인사들의 오만한 태도가 자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성공의 사다리를 오를수록 잠재되어 있던 교만이 드러나 높은 권위로 다른 사람을 내리누르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지위와 능력을 사용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리더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따르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거나, 사회적 물의를 빚어 한순간에 추락하기도 한다. 이미 성공을 거머쥔 이들 리더에게는 과연 무엇이 부족했을까? 전문 기술, 조직 내의 권위, 탁월한 판단력과 확고한 결단력, 설득력과 용인술을 리더가 지녀야 할 최고의 미덕으로 치는 사이, 우리의 리더십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것은 아닐까?
'겸손'을 뜻하는 영어 ‘humility’의 어원인 라틴어 단어 'humilitas'를 제목으로 내세운 이 책 《후밀리타스》에서는 오늘날의 리더들이 그 가치를 쉽게 망각하는 겸손이야말로 위대한 리더십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준다. 치열한 경쟁을 통과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존해야 하는 시대에, 이 먼지 앉은 고대의 미덕을 꺼내든 데는 까닭이 있다. '겸손한 사람이 영향력과 감화력이 더 크다'는 진실 때문이다.
누구나 겸손한 사람에게 끌린다. 마찬가지로 겸손한 리더는 조직원의 자연스럽고 진심 어린 존경을 끌어내어 관계를 신뢰로 다져나간다. 신뢰 안에서 상대를 설득하여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면, 군림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월등한 성과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고,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겸손의 변혁적인 기술이다.
서양 고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답게, 저자는 오늘날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의 사례를 다양하게 검토하면서, 겸손의 논리와 미학, 겸손의 효용과 리더십과의 관계, 겸손을 함양하는 방법 등을 다각도로 파고든다. 명예를 더 중요하게 여겨 겸손을 폄하했던 고대 세계부터, 겸손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 현대 과학의 초석을 마련한 갈릴레오와 뉴턴, 위대한 기업을 일궈낸 현대의 CEO들까지, 간결하고 핵심적인 주장에 풍부한 예를 곁들여 겸손의 리더십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 책은 “겸손의 경이로운 깊이와 영향력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역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11년 〈리더십 저널〉이 뽑은 올해의 책 '베스트 오브 베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조 루이스는 알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놓쳤던 것
프로 권투 세계 헤비급 챔피언 조 루이스는 자신을 몰라보고 버스 안에서 시비를 건 세 명의 청년에게 맞대응하지 않고, 명함을 건넨 후 조용히 지나간다(26쪽). 반대로, 무하마드 알리는 난기류 속에서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승무원의 지시에 '슈퍼맨에게 안전벨트는 필요없다'며 건방을 떨다가 '슈퍼맨에게는 비행기 자체가 필요없죠!'라는 핀잔을 듣는다(59쪽). 훌륭한 사람을 더 훌륭하게 만드는 겸손의 속성, 거꾸로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겸손하지 않으면 얼마나 꼴사나워지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이것이 겸손의 미학이다. 한편, 과학에도 겸손은 유효하다. 과학의 탁월함은 지금의 이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데 있다. 괴혈병 치료법을 연구했던 제임스 린드의 예에서 보듯, 겸손은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데 필수적이다(133쪽). 뿐만 아니라, 겸손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도 요구되는 덕목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의 결함을 ‘내 탓’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타사 제품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인신공격성’ 해명을 하여 여론과 고객의 비난을 샀다(145쪽). 겸손은 영향력의 원천이자, 성장과 발전의 연료이다.
겸손이 사람을 설득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신뢰하는 사람들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설득력은 내용의 지적이고 논리적인 영역인 로고스logos, 청중의 정서에 호소하는 파토스pathos, 강연자의 성품과 관련된 에토스ethos의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핵심은 에토스다. 그에 따르면 말과 행동 가운데 드러나는 상대방의 성품을 보고 신뢰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에토스는 ‘설득에 지배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시 설득은 스타일과 당당함, 곧 파토스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경박한 수사학자들을 겨냥하여, 강연자의 성품이 설득의 결정적인 특징이라고 선언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겸손이 성품의 전부는 아니지만, 겸손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남을 설득하는 데 비교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하려는 리더보다 더 믿을 만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겸손은 그 어떤 카리스마보다 강한 설득 기제이다.
겸손의 탄생
그런데 전반적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세계는 ‘필로티미아philotimia’, 즉 '명예time'를 '사랑philia'하는 한편, 겸손을 무능하게 여기는 사회였다.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직접 집필하여 로마 전역에 배포한 <아우구스투스의 업적>에는 자신이 이끈 군대의 승리, 자비를 들여 제공한 선물, 공개적으로 받은 상 등 자화자찬의 목록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본인의 치적을 내세워 명예를 세우는 일이 당시에 얼마나 중요하고 당연했는지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로마 제국 변방에서 있었던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 이러한 문화를 반전시킨다. 예수의 제자들은 자신들이 따르던 가장 위대한 분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가장 비천한 죽음을 맞은 사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 끝에 겸손의 가치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점차로 서구 세계에 확산되면서 겸손이 긍정적인 의미로 재정의되어 하나의 '덕목'으로 자리잡기에 이른다. 자신의 치적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요즈음, 이 책은 우리가 예수의 겸손과 아우구스투스의 자화자찬 사이 어디쯤 있는지 숙고해볼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