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정치 -짐 월리스 [출판사:청림출판]
정치와 종교의 핵심 이슈는 “신앙을 정치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이다.
정치와 종교의 핵심 이슈는 “신앙을 정치에 적용하는 일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이다.
종교는 정치에 개입을 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해묵은 논쟁이지만 2008년 대한민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진일보한 대답을 요구하는 현실적 질문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부시가 재선에 성공한 지난 2004년 미 대선 직후 출간되어 커다란 반향―출간 1주 만에 아마존 순위 2위 기록, 이후 넉 달 동안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기록―을 일으키며 기독교와 정치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 냈고, 2008년 경선 과정에서 보듯 정치 지형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저자 짐 월리스는 오늘날 미국 정치와 종교를 아울러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로 꼽히는 인물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의 칼럼 기고와 한해 200여 차례가 넘는 강연, 1975년부터 시작한 소저너스(Sojourners) 잡지와 공동체를 통해, 정의와 평화를 이루려는 진보적 크리스천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교회들의 광범한 지지를 받고 있는 초교파 빈곤 퇴치 연합인 ‘콜 투 리뉴얼(Call to Renewal)’의 대표이기도 하다. <타임>은 그를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50인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저자는 미국 역사에서 종교가 두 가지 방식으로 정치에 개입해 왔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며 승리주의와 자기의, 위험한 대외정책 추구로 나타난 것이 하나고, “우리가 하나님 편인가”를 고민하며 겸손과 반성,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가난하고 연약한 자들을 돌보는 정의와 평화의 추구가 하나다. 그런데 2004년 대선에서 종교 우파 지도자들은 하나님은 부시 편이고 크리스천들은 부시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치 평론가들은 부시의 재선을 기독교 정신의 승리라 이야기했다.
이에 저자는 “하나님은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아니다”라는 논박을 펼쳤다. 그는 종교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나 하나님을 정치화하는 것은 잘못이며, 일관된 도덕적 기반에 따라 우파와 좌파 모두를 자유롭게 비판하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종교의 진정한 역할임을 설파한다. 미국의 흑인 공민권 운동이나 남아공의 인종 차별 철폐 등 역사를 변화시킨 사회 운동에는 이런 종교적ㆍ영적 기초가 있음에도 기독교가 부유층 지지ㆍ전쟁 찬성ㆍ친미와 동의어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본래의 신앙을 되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예언자적 믿음을 공적 영역에 적용하면 ‘정치적 바람’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정한 예언자적 종교는 반드시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그 대안은 좌파와 우파라는 범주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한다. 미국이 테러에 대한 두려움에 바탕을 둔 공격적인 대외 정책이 아닌 더 좋은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여러 차례 강조한다.
세계의 빈곤과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도덕적인 동시에 미국의 안보에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것, 성경이 가난한 사람들에 관하여 정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므로 우리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예산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도덕적 문서로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도덕적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 소위 부시 정부의 신앙 중심 구상의 약속과 맹점은 무엇이며, 종교는 국가의 양심 역할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다민족 사회로 점점 변해 가고 있는 지금, 성경적인 화해의 길은 무엇인지,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서 생명의 신성함을 뒷받침해 주는 일관된 윤리가 있는지, 어떻게 해야 비열한 책임 전가로 인한 분열을 멈추고, 가족과 공동체를 강화할 수 있을지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대외 정책 문화 등의 문제에 대해 일관성 있고 치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언자적인 영성과 사회 정의를 연결하고자 한 이 책은, 공적 삶을 외면하는 사적 영성과 종교 그리고 영적 관심을 경멸하는 세속적인 정치, 이 둘 사이에서 시달리던 미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했으며,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의 ‘종교관’을 가늠해 보는 중요한 잣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문민정부 이후 또다시 장로 대통령이 배출된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