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
나는 워싱턴 근교 페어펙스 카운티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앉아 있다.
아침 9시에 교통사고로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여기에 왔다. 앉아서 안내를 기다리는 내 앞에 많은 사람들이 다급히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나는 대기실을 둘러본다. 인종과 연령, 성별에 상관하지 않고 갑작스러운‘응급상황’이 찾아왔다. 나는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대학을 다니는 딸이 눈물을 훔치며 걸어오고 있다. 교통사고 당한 분은 삶을 누구보다 착하게 살았고 신실하게 살아온 분임을 나는 잘 안다.
딸이 나에게 물어보았다.“목사님 하나님이 어머님을 사랑하셨나요?”“많이 사랑하셨지.”“그럼 왜 이렇게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이 학생에게 죽음은 영원한 삶의 문을 들어서는 것이라는 신비로운 진리를 어떻게 설명할까?
오후 2시
나는 어떤 부부를 상담하고 있다. 이 부부는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관계가 나빠졌다. 두 곳의 식당을 운영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부부는 가계를 꾸리면서 많은 상처를 주고받았다. 아내는 남편에게서 받은 상처로 울고 있다. 남편은 아내의 냉담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나는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살아온 부부를 위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여백의 축복에 대해 설명했다.
오후 5시
나는 조용한 호수를 걸으며 묵상과 기도를 시작한다. 호수를 한 바퀴 돌면서 오늘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한다. 그의 못 박히심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그 사랑을 깊이 묵상한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슬픔에 잠겨 있던 나의 영혼은 고양되고 새 힘을 얻는다.
묵상 가운데 오늘 만난 성도들의 삶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십자가를 묵상하며 오늘 만난 분들을 생각한다. 이때 불행하게 보이는 자는 행복한 자로 변하고 애통하는 자들이 너무 기뻐 뛰는 자로 변한다.
십자가 아래에서 사람들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고난 가운데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자들의 고통만이 아닌 더 큰 영광을 보게 된다. 오전에 만난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이들에게 가장 큰 축복과 영광이 고난이라는 옷을 입고 찾아온 것임을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오후에 만난 부부가 서로 용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여백의 행복을 체험하고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나는 책을 쓰면서 십자가의 능력을 삶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통해 삶의 응급실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성도들이 십자가의 능력을 적용하여 승리할 수 있기를 간구한다. 당신이 누릴 하늘의 영광을 포기하지 말고 십자가로 승리하도록 기도한다.
나는 오늘도 이 세상을 이기기 위하여 싸워나가는 분들의 얼굴들을 이 시간 떠올리고 있다. 이들이 물러서지 않고 승리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고난과 맞서 싸우는 분들, 원수의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분들, 분주함 가운데서도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 원하는 분들, 이런 모든 분들이 십자가의 능력에 붙들린바 되시길 소망한다.
워싱턴 알렉산드리아에서
박 진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