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사계-류호준 [출판사:이레서원]
순례자의 사계四季 - 교회력에 따른 문예 · 신학적 메시지 2
사람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삽니다. 시간과 공간을 떠나서 삶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특별히 시간은 인간됨의 제한성과 경계선을 설정해주는 표지판과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반복되는 회전은 고단한 인생의 노정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시간의 흐름에 삶을 투영해 보며 삶의 지혜를 배우게도 합니다. 유유한 세월의 흐름은 하나님께서 이 피조 세계를 향해 오래 참으시고 신실하게 대화시는 모습을 반영하는 거울(창 8:22)인 동시에 썩어짐에 종노릇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제한성을 가르쳐주는 지혜로운 교사입니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초라한 인생에게 위로부터 오는 새생명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비참한 종말은 없겠지요. 그러므로 영원한 생명은 위로부터 주어진 온전한 은혜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땅히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교회력(christian calendar)은 취약한 인생(mortal being)에게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존재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좋은 신앙의 도구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사역을 찬양하고 기념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앞으로 이 세상에 올 최종의 왕국 곧 구분의 귀환과 더불어 나타날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를 기대하고 기다리게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