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양반의 딸로 태어났으나 임진왜란으로 고아가되어 도공의 양녀로 자라던 한 소녀가 일본에 끌려가서 오욕과 억압과 박해의 역정을 전전하면서 마침내 하나님에게 귀의, 믿음과 사랑의 삶을 엮어간 실화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만으로 점철된 운명, 거기다 도꾸가와 이예야쓰의 금교 정책으로 겪게되는 고난의 극한에 이르자 비로서 완전한 '잃음' 가운데서 풍족한 '얻음'에 눈뜨게 되는 줄리아가 소중히 간직해온 은장도를 바다에 내던지는 극적인 장면에서 우리는 믿음의 승리에 환호하게 된다. 아울러 여류작가의 섬세하고도 잔잔한 묘사 속에서 은장도처럼, 여리면서도 굳센, 섬뜩하면서도 따스한,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조선조 여인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