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끝에 남은 자 - 한재성 [출판사:규장]
땅 끝에 남은 자 - 팔복2 주인공 한재성 선교사 이야기
선교지에서 아내를 잃은 한 선교사의 영혼을 울리는 핏빛 사랑의 고백록
《팔복2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의 주인공
한재성 선교사의 하늘로 보내는 소망의 눈물
《팔복2_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에서 선교 사역 중 아내를 잃은 한재성 선교사의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한 선교사는 그의 홈페이지(anbc.pe.kr)에 2003년부터 아내를 잃은 후 최근까지 ‘남은 자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모든 애통함과 깨어진 심령,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눈물로 풀어 놓았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두 딸과 함께 보냈던 행복한 시간들과 필리핀과 카자흐스탄에서의 교회 개척과 사역 이야기, 아내가 살해당하던 당시의 처참한 상황들과 뼈아픈 고백, 너무나 크기만 한 아내의 빈자리 때문에 아파하는 심경이 실려 있다.
주님께서 그의 눈물과 소리 없는 절규를 다 알고 계실뿐 아니라, 세상이 줄 수 없는 위로와 회복을 주실 것을 믿으며, 속히 그 땅 가운데로 다시 들어가 아내의 피값을 열매로 받아낼 그 날을 소망하는 한재성 선교사의 모습이 또 다른 애통과 고난 가운데 있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
‘땅끝에 남은 자’… 천국에서 빛날 아내께 띄우는 戀書
슬픔 아픔 미안 외로움 그리움 고뇌 번민 회한 사랑 위안 회복 감사….
그에게서는 인간의 모든 감정들이 느껴진다. 한재성 선교사. 지난해 9월 선교지 카자흐스탄에서 아내이자 동역자인 김진희 선교사를 잃고 1년여를 지내고 난 그를 보노라면 참으로 많은 감정의 교차를 느낀다. 그 감정들의 조각들이 끼워 맞춰져 나온 한 권의 책이 ‘땅끝에 남은 자’(규장·02-578-0003)이다.
책에는 아내를 잃고 살아남은 한 남자의 죄스러움과 회한에서부터 아내를 향한 애끓는 그리움과 사랑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자신과 아내의 분신인 두 딸,성경 진경이와 함께 현실을 살아야 하는 생존의 절박함이 있고 결국엔 주님께 기대어 그분으로부터 얻어내는 위안과 회복이 담겨져 있다.
사람들은 슬플 때 울고,아플 때 울고,감동될 때도 운다. 한 선교사의 이야기는 슬픔으로,아픔으로,그리고 감동으로 우리를 울린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무작정 눈물이 나온다. 이야기 행간에 스며 있는 그의 눈물이 저절로 우리에게 전이된다. 주님의 위로로 많이 회복됐다며 웃음 짓는 그의 모습에도 눈물이 난다. 사랑하는 두 딸과 현실에 부대끼며 사는 그의 몸짓에도 눈물이 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 2004년 9월13일. 한 선교사는 그날의 상황을 글로 썼다. 차마 돌이켜 생각하기 싫은 그때의 상황을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썼다. 외출에서 돌아와 괴한들에게 난자 당해 피투성이가 된 아내의 주검을 맞았던 장면을 가슴을 찢으며 썼다. 그리고 자기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의 주검을 비행기에 싣고 고국으로 와 경기도 여주의 묘소에 안치하는 과정을 맨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썼다.
그러나 차라리 그때의 슬픔과 아픔은 견딜 만했다. 천국의 아내를 그리워하며 지내는 과정에서 맞는 애통은 수십배,아니 수백배는 더했다. 아내와 관련된 물건만 보아도,아내와 같이 갔던 곳에만 가도 눈물이 쏟아졌다. 아내와 연관된 어떤 것도 그에겐 슬픔이고 아픔이었다. 특히 죽음의 의미조차 모르는 어린 두 딸이 무심코 하는 말과 행동은 그를 더욱 견디지 못하게 했다.
그는 슬퍼하지도,아파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자기의 슬픔과 아픔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기에,하나님께서 주신 지극히 인간적인 심성의 소유자였기에 그 또한 어려웠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가끔씩 아내를 찾았다. 그리고 ‘남은 자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가 한 줄 한 줄 늘어나 제법 분량이 커졌다. 이 이야기가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읽혀야 한다고 종용,비로소 책으로 엮어졌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위로가 찾아왔다. 그의 애통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하나님의 개입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아,내가 네 아내를 받았느니라.” 그는 깨달았다. “오,주님. 그러셨군요. 제 아내를 주께 드리오니 받으소서.” 그는 새로이 순종의 도를 터득했다.
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그는 그 땅,아내가 피를 뿌린 바로 그 땅으로 다시 떠나기로 했다. 내년 6월 카자흐스탄으로 간다. 그리고 그 나라와 그 민족을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고 선교하기로 했다. 그는 선언했다. “하늘 아버지께서 그 외아들 독생자의 피값을 거둬들이시는 것처럼 나도 그 민족 앞에 뿌린 아내의 피값을 거둬들이겠다.”
그래도 슬프고 아프다. 그의 그런 다짐과 선언조차도 애통하다. 그래서 책을 덮을 때까지 눈물이 멎지 않는다. 성경과 진경이는 천국의 엄마에게 이메일로 편지를 쓴다. 한 선교사는 엄마의 답장을 써서 두 딸에게 보낸다. 이 이메일이 읽는이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그의 이야기는 가족을 향한 사랑과 열방을 향한 소망이 새로이 솟아나게 한다. 하나님 나라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강렬한 도전을 주며 천국의 위로를 전해준다. 누구든 말하게 된다. “한재성 선교사님,사랑합니다!” “한재성 선교사님,힘내세요,파이팅!”
- 국민일보 정수익 기자
“순교자의 남편으로, 땅끝에 남은 자로”
침례교단의 첫 순교자인 故 김진희 선교사의 남편인 한재성 선교사는 김 선교사 추모 1주기를 당해 ‘땅끝에 남은 자’라는 책을 펴냈다. 아내를 가슴에 품고 지낸 1년, 그 삶의 애환과 이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 안식년 중이데 근황은 ?
▲ 대전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매주 금요일 채플을 인도하고 있다. 또한 주 3일정도 국제 학교 체육시간에 태권도를 가르친다. 주일엔 초청해주는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거나 간증을 하고 있다.
△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김진희 선교사가 순교한지 일년이 되었는데 그간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 1년이 지난 지금은 현실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첫 6개월은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성경(딸, 10살)이와 진경(딸, 9살)이의 학업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꼼꼼하게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또, 목욕탕에 못 데려 가는 것, 사역하려 갈 적에 주변 분들에게 맡겨야 하는 것 등 엄마의 빈자리를 고스라니 느끼게 해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
△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 아이들은 지금도 불안해한다. 이 아빠도 엄마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자신들을 그냥 남겨두고 가버리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갖는 것 같다.
나도 사실 지금도 문을 열때 그때 그 장면들이 눈이 보이는 듯 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다.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싶어하면 아내와 찍은 홈비디오를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엄마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할 적에, 아, 그리움은 커져가지만 기억과 흔적들은 사라져가는구나 싶어 서글프다. 잊혀진다는 것이….
(이 말을 할때 한 선교사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설움이 북받쳐오르는 모양이다.)
△ 최근 김우현 감독의 ‘팔복2.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를 통해 사연이 소개됐는데.
▲ 우리 교단은 조용하고 오히려 교단 밖에서 관심을 갖고 위로해주는 상황이다. 우리 교단에서 첫 순교자가 되었는데 교단에서는 그리 관심을 갖는 것 같지 않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는 내 이야기뿐 아니고 모든 사연들이 참 귀한 것들이다. 김우현 감독을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순교자의 피 흘린 값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것이 피 흘린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 안식년이라지만 정상적인 안식년이 아니고 일종의 회복기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년 여름, 대략 7월 정도로 예정하고 있는데, 카자흐스탄(이후 카작)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한다. 두 아이 교육을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하고 두 아이와 함께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 카작에 대한 미련이 있는가?
▲ 카작은 120여 민족이 어울려 사는 곳이다. 비록 내 아내를 거둬간 곳이지만 그 나라가 사랑스럽다. 다만 아내가 순교한 카라간다로는 다시 못갈 것 같다. 지난 7월에 카작을 다시 방문하게 됐는데 그 때 진정으로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이 카작에 다시 오게 하시는구나. 이 나라가 진정 사랑스럽구나. 그런 기도 응답을 받았다.
△ 카작 선교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 카작은 중앙아시아 선교 사역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다. 카작을 통해 중앙아시아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카작 선교가 이제 열매를 거두기 시작했다. 열매를 거둘 수 있을 때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 카작은 지금 석유 수출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성장할 시기에 복음이 정착되어야지 다 성장하고 발전한 후에는 주님을 바라보지 않으려 한다. 지금 시기가 그래서 무척이나 중요하다. 들어가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도우실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땅끝에 남은 자’란 책이 나왔는데.
▲ 이 책은 사실 내 일기장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으로 나온다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고 부끄러워서 만류를 했었다. 하지만 내 글이 고통중에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주기 위한 하나님의 수단일 수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눈물로 써내려간 나의 글을 누군가가 읽고 마음에 위로를 얻는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
▲ 주로 순교한 아내의 이야기가 많다. 키보드가 눈물에 젖어버릴 만큼 아내를 생각하며 써내려간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특히 이런 사람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고난 가운데 있는 사람. 나는 애통하는 자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눈물로 기도하고, 울부짖고, 하나님께 항의하듯 따져 물으면서 고난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하나님의 뜻을 조금씩 깨달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둘째, 남편들이 읽어야 한다. 아내의 소중함을 여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아내를 잃은 사람이 전하는 아내의 애틋함, 소중함, 사랑. 그 모든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나는 모든 남편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내의 빈자리를 우습게 알면 안 된다. 비어있는 아내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주부로서 1년을 살면서 겪고 느낀 고통과 어려움을 접하다보면 정말 아내가 함께 있어만 줘도 감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같이 있어만 줘도 감사한 것. 그것이 부부생활임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 현재 개인적인 기도제목은?
▲ 내가 영적으로 치유되고 회복되며 강해지는 모습을 찾는 것이다.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새힘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전에는 무척이나 행복했는데 아내가 순교한 후로 행복이 나에겐 정지된 듯하다. 다시금 남은 가족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역을 다시 진행해야 하기에 동역자들, 특히 꾸준히 중보 사역을 해줄 기도자들이 필요하다. 선교는 영적으로 외로운 싸움이다. 기도로 돕는 중보 사역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침례신문 송기선 기자
본문 중에서
“예배당 짓고 우리들 많이 모아놓으면 한국에서 월급 올려준다고 하더라. 결국 선교사는 우리를 이용하러 온 거야.”
‘주님… 나는 지금 죽어버리고 싶습니다. 저들은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 같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과 분노에 온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래서 한번은 주일에 이런 말씀을 성도들과 나누었다. “사랑하는 나의 형제자매여, 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내가 한 발자국 가까이 가면, 뒷걸음쳐 한 발자국 물러나는군요. 여러 해가 지나도 우리는 왜 이렇게 가까워지질 않지요? 아마도 내가 여러분 마음속에 들어가려면 죽음으로써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선교사가 가장 힘든 순간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민족을 사랑할 수 없을 때이다. 카작에 돌아온 후 나는 때로 그 힘든 순간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첫 선교할 때 카작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잃어버린 민족을 사랑하겠노라고 재차 다짐한다.
- 35쪽 -
주님 할 수만 있다면 아내의 숨을 돌려달라고 그리 애원했는데…
당신은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았어.
여보, 당신 몸 어제 여주에 묻었다. 그리고 내 가슴에 묻었다.
그거 알아? 당신 죽어도 그렇게 예쁘더라.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당신 몸이 얼마나 차가운지 내 몸으로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제는 편히 쉬고, 천국에서 주님과 함께 기쁜 얼굴로 만나자.
아이들 내가 잘 키워야 하는데 이제 누가 당신처럼 책도 읽어주고
머리맡에서 기도해주고, 아이들 머리도 땋아주고 하니….
아이들이 벌써 엄마 보고 싶다고 하는데 어떡하지
- 56쪽 -
‘주님, 더 빨리 죽을 수 있는 곳이 어디입니까? 죽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은 곳이 어디입니까?’하며 떼를 써왔다. 그런데 주님은 다시 카작 땅으로 부르고 계셨다. 내 아내의 피가 나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나는 아내의 피를 그 땅의 거민으로부터 돌려받고 싶어졌다. 아니, 나에겐 충분히 그들 앞에 그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충분히 대가를 치렀기에 담대하게 그리고 아주 당당하게 예수그리스도를 전하며 초청할 것이다. 지금 하늘 아버지께서 그 외아들 독생자의 피값을 거둬들이시는 것처럼, 나도 그 민족 앞에 뿌린 아내의 피값을 거둬들이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의 영혼은 지금 카자흐스탄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도….
- 21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