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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달-하타노 도모미 [출판사:문학동네]

지지 않는 달-하타노 도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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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에 있는 카페에서 그는 고함을 지르고 “내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고칠게” 하며 울었다. 바로 그런 점이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또 화를 낼 것 같아 말하지 못했다. (…) 마쓰바라 씨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 둘이 있지만 마쓰바라 씨는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 현실의 나는 그의 이상에 맞춰 왜곡되어간다. (96p)

마쓰바라 씨에게 건넨 여벌 열쇠를 아직 돌려받지 않았다. 카페에서 헤어지자는 얘기를 할 때 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날은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대로 계속 메시지가 오거나 마쓰바라 씨가 또 후쿠후쿠도에 온다면 이사를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누군가 집안에 들어온 흔적도 없는데 지나치게 예민한 건가 싶지만, 만약 그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 뒤에는 도망치려 해도 이미 늦다. (107p)

그날부터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더니 걸핏하면 화를 냈다. 그의 집에 다시 갔을 때는 스마트폰에 있는 남자 연락처를 전부 삭제하더니 남자와 만나지 말라고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난 밤, 야근을 하고 돌아왔더니 마쓰바라 씨가 집 앞에 있었다. 내가 늦게 돌아왔다고, 스마트폰을 보지 않았다고 화를 냈다. 내 의견을 말하는 건 허용되지 않았다. (111p)

같은 직업을 가졌어도 스미요시와 나의 아버지는 다르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점수 따위를 따려고 하지도 않았고,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불평 한마디 없이 따랐다. 그것이 부부라고 생각해 나는 사쿠라도 똑같이 해주기를 바랐지만 잘 전달되지 않았다. 말로 설득할 게 아니라 어머니와 직접 만나게 할걸 그랬다. (150p)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학원에서 본 시험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부풀려서 얘기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이 버릇은 계속되었다. 친한 친구는 스미요시뿐이면서 학교에 친구가 많다고 얘기했다. 이 문제를 푼 학생은 얼마 없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치켜세우려 했다. (161p)

“본인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시다카 씨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 일은 가와구치 씨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 가와구치 씨가 일으킨 문제는 아니에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들뜬 기분으로 그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에요.” (216p)

“집 앞에 있었다든가 집에 들어왔다든가 하는 것도 증거는 없죠?”
“네.”
“착각한 거 아니에요?”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착각이 아닐 수도 있어서요.” 내가 말한다.
“증거가 없으면 경찰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다음에는 증거를 준비해주세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증거를 어떻게 준비하나요?” (222p)

작년 이맘때 후쿠후쿠도에서 처음 사쿠라와 만났다. 그후 일 년간 그녀를 위해 쓴 것은 오직 돈이 아니다. 시간도 감정도, 내 모든 걸 사쿠라만을 위해 썼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떻게 해도 돌려받을 수 없다. 적어도 돈은 돌려받아야겠다. 딱히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난 일 년의 시간이 허사가 된다. 돌려받아야 할 것을 돌려받고서 아무 일도 없던 셈 치면 된다. 집안으로 들어가 창밖을 보니 밤하늘에 반쪽 달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어둠 속, 그곳에만 빛이 있다. (240p)

여기는 마쓰모토의 본가이고, 이층 내 방에는 베란다가 없다. 창문 너머에 누가 있을 리 없는데도 마쓰바라 씨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바람이 아니라 마쓰바라 씨가 창문을 흔들고 있는 거라면 어떡하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몇 번이고 자신을 타일러도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275p)

“하지만 누구든 그렇지 않을까? 나약한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 “그러니까 마쓰바라 씨가 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사랑이 아니면 뭐야?” 가즈키가 나를 본다.
“분노.”
그 사람은 나약하다.
나약하니까 분노하고, 어린아이처럼 계속 떼를 쓰는 것이다. (291p)

  • 저자 김영주
  • 역자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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