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는 아빠와 씨름을 하면 반드시 자신이 이긴다는 것을 믿는다. 왜냐하면 어제도 그제도 아빠가 이겨 본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아빠는 늘 나에게 '항복'하고 두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어린아이는 안다. 그래서 어린아이는 아빠에게 즐겨 씨름을 청한다. "아빠, 나 장난감 자동차 사줘." "안돼, 장난감 많잖아." "사줘, 사줘." "안된다니까" "그럼, 아빠랑 나랑 씨름해서 내가 이기면 사줘." "안돼, 아빠가 이길텐데 뭐." "아니야, 요전에도 내가 이겼잖아 응, 빨리해요." 아빠는 마지못한 척 엉거주춤 일어선다. 아이는 아빠의 허리춤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고 아빠는 거짓으로 힘이 드는 척 끙끙 거린다.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릴때쯤 되면 아빠는 '어어어' 소리를 지르며 모로 쓰러져버린다. 아이는 깡충깡충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아빠는 허허허 웃으며 '항복'하고 두손을 번쩍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