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 칭의를 말하다 - 톰 라이트 [출판사:에클레시아북스]
톰 라이트 칭의를 말하다
(Justification: Gods Plan and Pauls Vision)
톰 라이트 칭의를 말하다
(Justification: Gods Plan and Pauls Vision)
한국교회에도 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미국의 유명 목회자요 저술가인 존 파이퍼는 ‘바울에 대한 새 관점’이라는 칭의관이 소위 정통신학이라는 개혁주의 칭의관을 훼손한다는 위협을 느끼고 2007년에 특별히 톰 라이트의 칭의관을 비판하는 책을 펴낸다. 이 책은 부흥과개혁사에서 번역 출간된 “칭의논쟁”(The Future of Justification)이다. 파이퍼가 특별히 라이트를 지목한 이유는 ‘그의 학문성과 영향력’ 때문이다. 최근 한국 IVP에서 번역 출간하기 시작한 ‘에브리원 신약성경 주석시리즈’가 보여주듯이, 라이트는 대중들을 위한 글쓰기에 특별한 재주와 열심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가 이룬 학문적 성과도 탁월해서,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얘기지만, 서구의 많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기독교인들에게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라이트에 대한 파이퍼의 평가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그는 라이트가 성경의 궁극적 권위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의 부활에 대한 변호, 그리스도의 신성에 대한 변증,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반대, 하나님의 전 우주적 목적에 대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 준 것 등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칭의 교리’와 ‘복음’에 대한 라이트의 생각에는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 이러한 평가는 파이퍼 뿐만 아니라 개혁주의 계열 교회의 일반적인 반응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이 반응에 주목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 라이트가 비판을 받는 주제인 ‘칭의 교리’가 종교개혁의 후예들에게는 기독교의 존립을 결정하는 중요한 교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파이퍼가 먼저 라이트를 지목하여 대중들 앞에서 공개 논쟁을 시작했고, 이제 라이트가 그에 대한 응답을 이 책으로 내놓은 셈이다.
사실, 목회자와 저술가로서 상당한 명성을 지닌 파이퍼가 이러한 책을 펴냈다는 것 자체가 이 논쟁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서구 신약학계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상당한 이슈가 되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바울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언급되어 오다가, 최근에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로 관련 신학회에서 라이트의 신학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연속해서 열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이 가지는 중요성을 풀어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내용들을 두 가지만 언급하겠다.
먼저, 이 책의 과격함에 놀라지 말라. 라이트는 마치 작심한 사람처럼 민감한 사안인 ‘칭의’에 대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논란의 핵심에 각 사람이나 혹은 각 교파의 ‘세계관’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놓고 말하고 도전을 던진다. 비유하자면, 그는 이 칭의 논쟁이 ‘지동설’과 ‘천동설’ 논쟁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는 나의 관점 혹은 내가 속한 교파의 관점, 더 나아가 나의 ‘세계관’까지도 검토해보겠다는 자세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두 번째, 종교개혁의 슬로건인 “오직 성경으로”에 충실하라. ‘칭의 교리’ 역시 성경에만 기초를 두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그래서 모든 신학자들은 성경에 토대를 두고 자신의 생각을 개진한다. 하지만 성경에 토대를 두는 정도나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론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 원칙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성경 자체가 말하게 하라.” 이 원칙을 염두에 두고, 라이트가 2부에서 칭의와 관련된 본문들을 풀어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라. 되도록이면 성경을 실제로 보면서, 그것도 관련된 본문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바울의 서신들을 통째로 읽으면서 라이트의 설명을 들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라이트의 설명이 바울의 서신 안에서, 그리고 칭의 교리와 관련되어, 나아가 하나님의 계획과 바울의 비전 안에서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문장에서 언급했지만, 이 책의 부제는 ‘하나님의 계획과 바울의 비전’이다. 라이트의 목적은 ‘하나님의 계획과 바울의 비전’이라는 큰 틀 안에서 ‘칭의’의 제자리를 잡아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이러한 그림들을 그릴 수 있고, 바울의 비전을 품게 되는 것이 라이트의 바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