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목회체험이며 신앙고백이며 농축된 설교들이다.
50명의 성도와 함께 10년을 기도하며 2400평의 교회당을 건축하고 8000여명의 교회로 급성장한 안산제일교회 고훈목사 부부가 25년간의 목회생활을 통해 그 동안의 목회 부스러기들을 일기로 썼다.
신학생 담임전도사 시절 눈은 온통 땅 위에 쌓이고 쌀은 떨어지고 나무도 다땠다. 저녁밥을 굶고 나니 첫 아이 갖고 배부른 아내가 가엾고, 왠지 무능한 사람같아 서글퍼졌다. 40일도 금식한다던데 눈 오고 날씨 찬데 돈 꾸러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결혼반지 팔아 쌀 팔아 먹을 수도 없고, 한끼 굶자 신앙으로 합의하고 누웠다. 밤 10시 다되가는데 계시받고 온 사람처럼 집사님 쌀 한말과 나무 가지고 와서 부엌에다 놓고 간다. 늦은밤 저녁상 앞에 놓고 감사기도하다가 "우리에게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오니 감사하나이다"하는 대목에서 나는 울었다. 예수 믿는 날 부터 수천번을 주기도를 외웠으나 이제야 그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본서는 신앙 에세이와 시의 만남이 훌륭하다. 내용, 디자인, 장정, 표지가 고루 다 좋다. 고훈 목사 부부가 25년간 목회생활을 통해 그동안 목회 현장에서 느끼고 경험한 일들을 일기로 내놓았다. 목회체험이며, 신앙고백이고 농축된 설교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 목회자의 아름다운 필체가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