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낯선 땅을 밟는다-김호열 [출판사:홍성사]
결혼한 지 13년째 되는 해에 우리는 신도시에 아파트 분양을 받고 이사를 했다
결혼한 지 13년째 되는 해에 우리는 신도시에 아파트 분양을 받고 이사를 했다. 온 가족이 정말 좋아했다. 아파트 청약을 할 때 '이 사회는 집을 안 사고 살 수 있는 자유를 박탈하는 사회'라고 분노를 터뜨렸는데, 그 분노가 안개처럼 사라졌다. 집과 땅은 절대 소유하지 않겠다던 나의 오랜 주장이 눈 녹듯이 없어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삶의 안정에는 마력이 있다. 삶의 안정 앞에서는 어떤 철학이나 이념, 심지어 종교까지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유난히 땅을 좋아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에 진입한 지금도 변함없이 땅을 좋아한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어려운 역사를 통과하며 자연스레 형성된 삶에 대한 애착이 표현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삶에 대한 애착, 또는 집착은 교회생활과 신앙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